성 정체성 무시되는 중증장애인의 현실
인권위 '…결혼과 성 차별조사' 발표 토론회
  
성과 결혼에 대한 담론이 있을 경우 신체적으로 보조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이들(이하 장애인)의 삶은 좀처럼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여성 장애인의 삶을 '여성의 삶' 속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장애인의 범주 속으로 집어 넣어 각각 다른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쉽다고 느껴지는 것, 허나 이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체계적인 생각임을 기자는 되집어 본다.

어쩌면 한국 현실과 체계 속에서 이처럼 사고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도록 배운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돌아보면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부터 왔다고 하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사)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결혼과 성에서 차별조사 결과(중증 장애인 대상)'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가지면서 다음과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살아가는 데 보조기구가 필요한 여성장애인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며, 한국 사회의 한 여성으로서 법적 지위를 가진다. 이번 토론회는 중증장애인 남성과 여성을 함께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같은 여성이며, 사회적 보조가 필요한 여성의 결혼과 성에 대한 조사임을 생각하며 살펴보는 기회이길 바란다.


무성·중성으로 주변인들로부터 학습, 억압 당해

장애를 가지고 있어 생활하는데 유무형적으로 보조수단이 필요한 여성들은  대체로(중도장애 제외)  어릴적부터 가족과 주변 사람에 의해 무성, 혹은 중성으로 학습된다고 한다. 즉 성적 욕구와 성적 자기이해를 주변인들로부터 억압당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장애인 푸른 아우성 대표 조윤경씨는 "흔히 장애인의 신체 결함이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성장이 멈춘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고 말하고 "일상적인 동작에서 많던 적던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신과 정서적인 면에서 성인이 되어서도 유아단계인 듯이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결여된 것으로 알고 엄연히 존재하는 '성'이라는 정체성도 함께 무시되고 있다"며 "함께 즐기는 성이 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성적폭력의 대상으로만 존재해 왔다"고 덧붙인다.

이번 조사는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이 한국장애인재단의 후원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을 하고 20세 이상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에서 12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이다. 설문은 방문조사로 이루어졌다.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73명중 기혼이 11명으로 결혼에 대해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남성과 여성을 함께 조사한 결과지만,여성장애인 중 기혼인도 저조한 수치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성교제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도 35%의 장애인이 데이트 경험이 없다는 대답을 하였고, 이에 대한 이유로는 '직업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2.7%로 나타났다.

박홍구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 이성의 만남의 기회와 결혼의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며, 기타 의견으로는 중증장애인의 특성상 집밖에 나올 수 없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을 할때 국가나 지자체 지원 필요에 대한 응답에는 91.7%가 결혼시에 지속적인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가의 구체적 지원필요 내용에 대한 응답에는 경제적인 지원 35.7%, 가사도우미 17.9%, 주택개조 10.7%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경우 보조수단이 필요하고, 생활면에서 장애인 시설 등이 취약한 점, 취업률이 낮은 점을 생각해보면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불가결한 일로 보여진다.


사회적 인식전환과 국가적 실질 프로그램제공 필요

결혼생활에서의 차별 사례에서는 과반수 정도가 배우자나 배우자 집안에서 언어폭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대소사에 빠진 적이 있다는 응답이 있었다.

이밖에 가족들로부터 아이를 낳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29%, 배우자가 성관계시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2%로 나타났다.

박홍구 소장은 "미혼 중증장애인에게 교육과 노동의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기혼 장애인들에게는 국가 차원의 주택개조 등 물리적 지원과 가사도우미 등 인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박 소장은 "중증 장애인을 성인식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사회적 인식과 가족들의 긍정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중증 장애인에게도 출산할 수 있게끔 사회적인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도 장애인결혼정보센터 운영자도 발제문에서 "장애인들은 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욕구 표현이 어려운 사회현실에 살고 있다"며 "사회에서는 장애인들의 성문화와 결혼 문화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정보속에는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정보는 물론, 가사활동을 포함한 실제 결혼생활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과 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훈련기관과 제도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중증 장애인에게도 성과 결혼 문화가 그에 걸맞게 조성돼야 하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은 성적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결혼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우리 사회현실을 미루어 볼 때 장애인이 생활하는 데 취약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감상적인 성적 편견을 버려야 하며, 장애에 맞게 전문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며, 임신이나 출산, 양육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할때라고 생각해 본다.

국정넷포터 장하정(sayway@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