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힘이다"…일자리 남녀차별 해소
[기고] 정순호 노동부 여성고용팀장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4년 49.8%로 OECD 평균과 비교해 볼 때 전체여성은 6.8% 포인트, 대졸여성은 20.8% 포인트가 낮은 수준이다. 특히 100만 명 이상의 대졸여성이 비경제활동 상태, 즉 ‘놀고’ 있다는 것은 국가 인적자원관리 측면에서 매우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여성고용이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여자를 위한 일자리는 많지 않은 것일까. 그 이유로 입직시 차별관행, 남성 중심의 내부 노동시장 장벽, 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인력의 노동시장 이탈 등을 들 수 있다. 그동안 눈에 드러나는 차별적 관행은 상당수 고쳐졌지만, 보이지 않는 간접적 차별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 조치는 원래 미국사회에서 인종차별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작된 반차별 정책(anti-discrimation policy)의 하나이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 반차별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쟁의 조건을 같이 해주기 위한 정책적 배려를 말한다.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하버드대학 졸업식에서의 연설을 통해 적극적 조치를 달리기 경주에 비유하여 설명한 예(오랫동안 쇠사슬에 발목이 묶여있던 사람을 풀어주고 이제 자유니까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공정한 것 같지만 사실상 불공정 하다)가 있듯이 적극적 조치는 이러한 과거 차별에 대한 보상과 현재의 왜곡된 불평등 상황을 고치기 위한 잠정적 수단이다.


노동시장 왜곡 바로잡아 '공정한 경쟁' 유도

이와 같이 적극적 조치의 기본원칙은 차별에 의해 왜곡된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로 잡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소극적인 ‘차별 안하기’를 넘어서 차별 집단의 실질적 평등이 이루어 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차별받은 집단을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적극적’이라는 의미는 채용에 있어 후보자의 조건이 동등할 경우 여성을 배제하지 말고 우선권을 부여하자는 것이지, 무자격자에게 부당하게 특혜를 베푸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현 미 국무장관이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로 임용될 때 흑인이며 여성을 우대하는 스탠퍼드 대학의 적극적 조치가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광의의 적극적 조치로서 공공부문에 양성평등채용목표제(1997년), 관리직 여성채용목표제(2002년), 과학기술인력채용목표제(2002년)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공공부문에 한정된 적극적 조치로는 민간부분까지의 파급력이 미미한 형편이다.

특히 2004년도에 실시한 공기업 및 10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여성고용실태조사는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규모가 클수록 여성 고용률이 낮고, 관리직 여성 고용률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공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통계적 불균형, 다시 말해 결과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는 올해 3월 1일부터 적극적 조치를 시행한다. 이 제도는 미국과 같은 네가티브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부담을 적게 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우수한 기업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기업 친화적인 제도다.


기업친화적 제도로 고용 불평등 해소

공기업 및 500인 이상 기업은 해마다 직종, 직급별 남녀고용현황을 노동부에 보고하게 되며, 여성고용비율이 노동부장관이 정한 가이드라인보다 현저하게 미달하면 적극적 조치 시행계획(여성고용목표와 이행계획)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수립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시행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1년 후 그 이행실적을 보고하며, 노동부는 이행계획의 적정성 및 이행실적을 평가한 후 우수한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렇듯 적극적 조치는 관행화·당연시 된 고용상 불평등 구조의 틀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적극적 조치는 기업의 차별적 고용관행을 해소하여 궁극적으로 인사관리 합리화와 공정성 확보를 통해 능력주의를 뿌리내리고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또 노동시장에서의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방안이 될 것이다.

적극적 조치가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은 어떻게 변화될까. 외국이 적극적 조치를 도입한 이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변화를 보면 이를 대략 추론할 수 있다. 미국은 1967년 46.4%에 머물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2004년에는 69.2%로 높아졌다. 캐나다도 적극적 조치를 시행하기 이전인 1986년에는 63.8%에 그쳤으나 2004년에는 73.5%로 증가했다. 적극적 조치만으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 3월 적극적 조치 시행을 앞두고 노동부가 1월 12일 공기업 및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개최한 제도설명회에는 406개사 467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 조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착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도 활발해 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여겨진다.


정순호 노동부 여성고용팀장 (pharos@news.go.kr) | 등록일 : 200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