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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6-09 15:46
중년에 접어든 자립생활운동의 새로운 도전
 글쓴이 : 박진영
조회 : 413  
중년에 접어든 자립생활운동의 새로운 도전 著 거번 데종(Gerben DeJong) 10년 전, 미국의 국회에서 1978년 재활법 수정조항이 통과되었다. 이 수정조항에는 자립생활센터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제Ⅶ조가 포함되어 있다. 이 Ⅶ조는 자립생활운동의 승리로 받아들여졌다.

1988년 현재, 미국에는 200여개의 자립생활센터가 있으며 많은 센터들이 제Ⅶ조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되었다. 1978년 수정법의 통과와 함께, 사회운동으로서 자립생활운동은 초기 단계를 지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회운동도 사람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 가는 생애주기가 있다. 우리 자신이 생애주기의 어느 시기에 와 있는가를 안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립생활운동도 다양한 발달단계를 거쳐오고 있는 것이다. 1978년 재활법 수정의 10주기를 맞는 이 시점은 사회운동으로서 자립생활을 다시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어린 시절 우리는, 우리의 바램 혹은 관심사와 관련하여 우리가 누구인가 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나를 벗어나 다른 세계와 관계를 갖고자 하였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에 매여 자기도취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후 나 자신에 대해 좀더 자신감을 갖게 되면, 우정이나 결혼, 직장 그리고 사회참여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키우려한다.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이에 더욱 더 자신감을 갖게되면, 더 큰 사회와 제도에 대해 선별적인 관심을 갖게된다. 이러한 일에 온 인생을 걸 필요는 없지만, 나의 가치와 나와 관련된 제도의 가치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자립생활운동 또한 이와 같은 발달단계를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생애주기이론에 입각하여 볼 때, 현재로 자립생활운동은 두 가지 문제에 당면해 있다.

첫째는 대중을 기반으로 한 운동의 기원과 서비스 공급자가 되려는 운동의 노력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감이다. 이는 '권익옹호냐 혹은 서비스 공급자냐'라는 논쟁과 같은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1978년 수정법을 통해 자립생활센터는 서비스 제공자의 위치를 얻게 되고 자립생활운동은 공식적인 합법성을 얻게 된다. 1978년 수정법의 진정한 의미는 거리투쟁에서 사회제도로 자립생활운동의 역사가 전환되었다는 데 있다.

둘째는 처음 자립생활운동을 시작한 이들의 장애유형을 벗어나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에게 이 운동이 파급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초기 이 운동을 이끌어온 사람들은 척수장애, 후기 소아마비, 뇌성마비 등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었다. 이 운동이 뇌손상이나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까지도 흡수할 수 있는가 하는 논의는 매우 첨예한 문제인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로 나서는 문제 무기한 거리에 머무른다면, 사회운동은 존속될 수 없다. 결국 사회운동의 이념과 가치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어야 하며, 사회제도와 법률에 통합되어 충분한 사회적 합법성을 성취하게 된다. 이런 단계에서 운동의 정체성과 합법성은 더 이상 논의의 주제가 되지 못하며 대신, 재정 및 제도상으로 이 운동이 존속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게 된다. 1978년 수정법을 통해, 자립생활센터는 자금을 마련하게 되었다. 제Ⅶ조를 통한 지원이 매우 제한적이긴 하나, 이를 통해 자립생활센터는 재정상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다른 서비스 제공집단과 마찬가지로, 자립생활센터들도 NCIL(National Council on Independent Living)이라는 전국 조직을 만들어 자립생활운동의 구심점이 되게 하였다. NCIL 회원들은 거리에서 행진하고 휠체어 시위를 하는 대신, 국회 의사당이나 정부청사들을 바쁘게 드나들게 되었다. 백악관 정문에서 시위하는 대신에, 시청에서 칵테일 파티를 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자립생활운동이 성년을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권익옹호활동과 서비스제공자 간에 빚어지는 기본적인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것은, 재활시설인증위원회(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Rehabilitation Facilities) 등과 같은 외부기관에서 자립생활센터가 설립인가를 받을 것인가 혹은 자체 인증기관을 만들 것인가 혹은 여타 집단의 인증을 받을 것인가 하는 논쟁에서였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 이 문제의 원초적인 논제는 자립생활센터가 승인을 받을 것인가의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며, 서비스 제공자로 전환하는 데 따르는 여러 난관에 대처하면서 조직의 합법성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운동조직이 자신을 치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제공자가 된다는 것은 재정상의 엄청난 이점이 따르는 것이다. 외부승인을 통해 자립생활센터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합법화된 서비스 제공기관이 될 수 있다. 센터는 자립생활운동의 리더들에게 봉급을 줄 수도 있으며 활동에 필요한 경비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신에 쇠퇴하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특정한 곳에서 재원을 받게되면 권익옹호차원의 투쟁은 그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먹이 주는 손을 물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운동을 이끌어온 지도자들과 동참자들의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운동의 이념과 이상은 제도 속에 녹아들 수 있다. 제도는 운동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도록 틀을 제공해준다. 이러한 틀 속에서 인간의 에너지는 보존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인가 받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운동이 미국인의 일상에 주류로 파고들지 못한다면, 단지 주변요소로 남고 말 것이다. 운동은 제도의 한 부분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미국인의 일상에 주류화 되기를 원하고 있다. 자립생활운동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이들이 운동성의 약화에 대해 경계하면서 미국의 보건복지 서비스 체계 내에 자립생활센터와 같은 운동조직이 편입되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지, 필자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자립생활운동은 사회의 다양한 제도 속에 편입되어 이 운동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충분히 녹아들게 하므로, 이 운동의 존속을 가능케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장애집단을 흡수하는 문제 자립생활운동의 또 다른 이슈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어지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자립생활운동이 흡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혹자들은 자립생활운동이 척수장애에 편향되어 있으며 젊고 이 운동에 적합한 장애인들에게 편향된 운동이라고 평가한다.

이 운동이 촉발된 1970년 대,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스스로를 지도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존재들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했다.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여겨진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운동에 대한 참여는 능력이 없다는 편견에 가려 위협받게 되었다. 초기 자립생활운동의 파트너로 여겨지지 않았던 장애집단에까지 자립생활 프로그램이 파고들어야 하며 많은 자립생활 프로그램들은 현재 그럴만한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자립생활운동의 확산은, 초기 자립생활운동에 흡수되지 못했지만 현재 자립생활프로그램의 도움을 바라는 장애집단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명백히 발생하고 있는 집단은 뇌손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며 자립생활프로그램을 주시하고 있는 이들의 옹호자들이다. 뇌손상 장애인들은 점차 조직화되고 있으며 자립생활운동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도전을 받고 있다.

자립생활운동의 정체성이 점점 더 명확해 짐에 따라, 자립생활운동은 초기 동참자들 이외의 장애집단을 흡수해 갈 것이다. 자기지도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들과 함께 하는 전문가들이나 부모들의 자립생활프로그램에 대한 참여가 현재는 너무 적극적이며 온정주의적이며 어른애를 다루는 부모의 심정이다. 이러한 참여는 자립생활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중년의 위기?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자립생활운동이 시작된 지 올해(1988)로 17년이 흘렀다. 사회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자립생활운동은 이미 중년에 접어들었다. 당면한 과제를 놓고 볼 때, 후기 청소년기 혹은 성인 초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자립생활운동의 초기에 해결되지 않은 이슈들은 운동이 성숙됨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문제와 지지자 확산의 문제 등은 자립생활운동의 주장과 정체성에 새로운 도전을 던지고 있으며, 미국민들의 사회 정치적 삶에서 자립생활운동이 차지하는 위치와 관련하여 또한 도전이 되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른 발전단계이론을 근거로 접근하여 자립생활운동(혹은 장애권운동)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립생활운동은 모든 장애집단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미국사회에서의 역할과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특정 장애인 집단마다 다양한 발달 단계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와싱톤 D·C에 있는 Gallaudet 대학의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항의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각 장애인 집단마다 미국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혜택(완전평등과 완전참여)은 평등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로서, 자립생활운동이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단정지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생애주기에 비춰 사회운동을 바라볼 때 자립생활운동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이슈와 긴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