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돌리기’ 장애인후보 차별 논란
직접 명함 나누기 어려운 장애인에겐 불평등
“활동보조인 명함 나눌 수 있도록 허용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3-18 17:42:56

▲한나라당 서울 강동을에 공천된 윤석용씨는 한 손에 지팡이를 휴대해 악수는 나눌 수 있지만 명함을 혼자서 돌리는 것은 불편하다. ⓒ윤석용 캠프  

현행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들은 입후보 전 명함을 배부하거나 홍보물을 작성해 우편이나 전자우편으로 발송하는 등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중 명함 배부는 후보자가 유권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통로로 선거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러한 ‘명함 돌리기’를 놓고 장애인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가 심해서 직접 명함을 건네주는 행동을 할 수 없는 장애인 후보자들에게는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을 가로막는 악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강동을 후보로 내정된 윤석용 한나라당 중앙장애인위원장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해 한 손에 항상 지팡이를 휴대하는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강동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경험이 있는 윤 위원장은 당시 선거운동 과정에서 2가지의 장애인 차별을 당한 것이 낙선의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첫 번째는 선거공보물이 군 복무가 어려운 장애인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 윤 위원장은 “선거공보물 군 경력란에 병력면제 기재가 없이 군필, 미필로 표기가 한정되어 상대 후보가 군기피자로 몰아 부재자 투표에서 진 표가 선거에서 진 표차였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현재 논란으로 떠오른 ‘명함 돌리기’가 장애인에게 불리하다는 것. “후보자 1인만 명함을 나눌 수 있게 해 손이 자유롭지 못한 나는 명함을 1인에 한해 활동보조인이 나눠주다 수십 차례 경고와 고발을 당했다”고 윤 위원장은 전했다.

당시 ‘명함 돌리기’와 관련해 윤 위원장은 “그래서 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이 명함을 배포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측의 지적이 제기되자 뒤늦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장애인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불리함에 대해 인정한 것.

하지만 윤 위원장은 “개정된 법은 후보자와 수행원 및 배우자를 포함해 3인이 배포하도록 하나 지금도 법의 해석에 있어 본인은 제재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이 지적하고 있는 조항은 지난 2005년 8월 4일에 신설된 공직선거법 60조 3의 ②항으로 예비후보자와 그와 함께 다니는 자 중에서 지정한 1인, 예비후보자의 배우자(배우자 대신 예비후보자가 그의 직계 존·비속 중에서 신고한 1인)가 선거 운동을 위해 명함을 직접 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비장애인은 2인이 명함을 나누고 장애인은 1인만 명함을 나누도록 해석하는 이러한 차별이 있을 수 있느냐”며 “법률이 미비해 장애인이 차별을 받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지만 유권 해석을 잘못하는 것은 공무원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럼 양손이 없거나 시각장애인은 명함을 나눌 방법이 없으며 양손에 클러치로 의지하는 장애인은 어떻게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또한 배우자가 장애인이거나 후보자와 배우자가 모두 장애인일시 후보가 되지도 못한다는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윤 위원장은 장애인에게 불리한 공직선거법상 ‘명함 돌리기’와 관련해 “분명 참정권, 평등권에 위배됨을 인식하고 더 이상 사회문제가 되지 않도록 즉시 유권해석을 내려 달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한나라당 중앙장애인위원회는 지난 16일자로 “장애인은 1명만이 명함을 교부하고 비장애인은 후보자를 포함 2명이 명함을 나눌 수 있다는 불합리한 불평등 조항에 절대 승복할 수가 없다”며 “선거 운동에서 장애인 차별을 중지하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측은 “현재 법적 해석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검토가 끝나면 질의자에게 해석에 대한 통지를 한 뒤 선관위 종합법제시스템에 기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맹혜령 소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