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시간은 고사하고 40시간도 힘들다
3가지 이상 중복장애 있어야 겨우 80시간
장애인들 “울화통”…활동보조 대란일 듯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4-17 15:47:12

[420기획]논란의 활동보조서비스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지원사업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속했던 월 최대 180시간은 고사하고, 최대 40시간 이상을 받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활동보조 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특례조항을 통해 월 최대 180시간까지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으나, 최근 공개된 지침에서 이 조항을 삭제해 장애인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위한공동투쟁단은 유시민 장관 자택 앞에 천막을 치고, “약속을 지키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

그런데 180시간 조항이 빠진 것보다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장애인당사자들은 월 180시간은 아니더라도 80시간까지는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알았지만, 에이블뉴스가 활동보조서비스 인정체계를 분석한 결과, 최중증장애인도 월 40시간 이상을 받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었다.

너무 엄격한 개인별 시간산출 체계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공개한 최종지침에 따르면 활동보조서비스의 개인별 시간은 ‘일상생활동작’(7개),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8개), ‘추가항목’(5개) 등 20가지 항목별로 점수(575점 만점)를 매겨 산출한다.

최대 80시간이 주어지는 1등급을 받으려면 총점 453점 이상을 얻어야하고, 60시간이 주어지는 2등급을 받으려면 425점에서 450점 사이를 얻어야한다. 40시간이 주어지는 3등급은 385점에서 420점, 20시간이 주어지는 4등급은 355점~383점을 얻어야한다.

그런데 ‘옷 갈아입기’, ‘목욕하기’, ‘식사하기’, ‘침실에서 이동하기’, ‘옮겨 앉기’, ‘걷기’, ‘용변’ 등 7가지 일상생활동작이 모두 불가능한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260점이며,

‘전화사용하기’, ‘물건사기’, ‘식사준비’, ‘집안일’, ‘빨래하기’, ‘약 챙겨 먹기’, ‘금전관리’, ‘교통수단 이용하기’ 등 8가지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이 모두 불가능한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125점이다.

총 15가지 항목에서 최대 점수를 받아봐야 385점으로 겨우 40시간을 받을 수 있다. 60시간(2등급), 80시간(1등급)을 받으려면 ‘휠체어타기’(30점), ‘듣기’(20점), ‘보기’(20점), ‘지각’(60점), ‘행동’(60점) 등 나머지 5가지 추가항목에서 추가 점수를 얻어야한다.

아무리 계산해도 40시간 이상 안나와

결국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지체, 정신장애 등이 중복되지 않으면 1등급이나 2등급을 받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1급의 지체장애인이 일상생활동작과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 부문에서 만점을 받아 385점을 받고, 추가항목에서 휠체어타기(30점) 항목에서 점수를 받아 415점을 받는다고 해도 3등급에 해당되어 40시간 밖에 받을 수 없는 셈이다. 40시간이면 하루에 1시30분도 이용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초항목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들도 중복장애가 없으면 추가항목에서 최대 30점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에 40시간을 넘는 것은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또한 기초항목이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을 위주로 편성됐기 때문에 시각, 청각, 정신지체, 정신장애인 등의 나머지 장애인들은 20시간이 주어지는 4등급을 받는 것조차도 힘든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60시간~80시간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은 하체기능은 물론 상지기능이 전혀 없는 뇌병변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 중에서 시각, 청각, 인지 등에 중복장애가 있는 ‘최중증의 중복장애인’이어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소 3가지 이상 중복장애가 있어야 월 80시간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심하고 멍청한” 복지부에 울화통

이 같은 인정체계표가 공개되자, 장애인 당사자들과 수행기관 관계자들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복지부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cafe.daum.net/2007pas)에는 ‘야속하고 서럽다’, ‘복지부가 장애인을 우롱하고 있다’, ‘한심하고 멍청한 복지부를 더 이상은 참아줄 수가 없다’ 등 비판과 울분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자립생활센터 활동가 A씨는 “도대체가 엉터리 계산법이다. 오늘 지체장애 1급의 독거 척추장애인이 문의를 해와 조사를 해 봤더니 0시간이 나왔다. 감히 말하지만 현행 방침대로 평가가 이뤄진다면 40시간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장애인 당사자인 B씨는 “이대로라면 화장실도 제대로 가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인 내가 한달에 쓸 수 있는 시간은 달랑 20시간이다. 보고 듣고 말 할 수 있는 지체장애인은 한달에 20시간만 사용하라고? 기가차서 말이 않나온다. 많이 배운 전문가들이 선진복지정책을 참조해서 만든 지침이 이 따윈가? 한심하고 울화통이 터진다”고 성토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복지부 한 관계자는 “세 가지 이상의 중복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이 전국에 3만 2천여 명이 있다. 그들의 이용정도를 감안해 기준을 만들다보니 다소 높은 경향이 있다”며 “현재 이와 관련한 회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5월 이전에 점수배점 기준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주원희 기자 (jwh@ablenews.co.kr)


위 글은 에이블 뉴스 기사입니다.
이틀간 조사를 다녔지만.. 저도 참 황당했습니다.
빨리 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라며..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를 통한 자립생활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