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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5-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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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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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백발마녀전’ 단행본으로 출간
‘인권의 마침표’ 장애여성의 세상 바꾸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4-26 20:03:54
▲김효진씨의 솔직한 장애여성 이야기 ‘오늘도 난, 외출한다’. 에이블뉴스
새책/김효진씨의 ‘오늘도 난, 외출한다’
그녀는 할아버지 등에 업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그녀는 목발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혼자서는 몇 발자국밖에 걷지 못했다. 당연히 화장실은 엄두도 못 내었다. 그래서 수업을 마칠 때까지 용변을 참아야 했다.
할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는데, 가끔 낮술을 하실 때도 있었다. 낮술이 과한 날에는 손녀딸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으셨다. 그녀는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빈 교실에서 하염없이 할아버지를 기다려야했다. 그렇게 여덟 살이란 나이에 이미 기다림에 익숙해졌다.
이후로도 체육을 하러 나간 아이들을 기다리기까지, 그녀를 채용해줄 회사의 전화를 기다리기까지, 그녀의 기다림은 언제나 길고도 길었다. 그런 그녀를 두고 엄마는 그녀가 참을성이 많다고 사람들에게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상황에 있는 장애인들을 두고 인내심이 강하다느니 집중력이 뛰어나다느니 하며 특별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걸 들을 때면 마음이 언짢다. 앞으로도 너희를 둘러싼 환경을 절대 변하지 않을 테니 지금까지 잘 참아왔듯이 계속 참으라는 강요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장애여성 문제의 근원에 다가가고 싶었다”
에세이집 ‘오늘도 난, 외출한다’(김효진 지음, 장차현실 그림/웅진지식하우스/값 9천500원)는 김효진(44)씨가 ‘다름과 같음 그리고 소통’이라는 주제로 어린시설부터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현재까지 지체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낸 책이다.
그녀가 이 책의 서문에 적었듯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년에 걸쳐 에이블뉴스에 연재했던 <백발마녀전>을 뼈대로 해서 재구성하고 보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는 만화가 장차현실씨의 만화 6편도 곁들여졌다.
“더 이상 아버지와 남편의 인형으로 살지 않겠다며 가출을 한 <인형의 집>의 노라처럼, 나도 둥지를 벗어나 넒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턱을 넘어야 했다. 그렇게 처음 외출을 시도하던 날 넘어져서 턱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 후로도 무릎과 팔, 다리 등 어느 한 군데 몸 성할 날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나는 해냈다.
하지만 남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자 최소한의 권리에 해당하는 일들이 장애가 있는 우리들에게는 일생 동안 개인이 극복해야할 과제로 주어지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내 어린 시절의 경험을 돌아보았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서.”
그녀는 무엇보다 “장애여성은 여성으로서는 물론이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차단당하는 공통의 경험을 한다”면서 “그런 까닭에 장애여아였던 내가 어떻게 차별에 노출되고 길들여졌는가 드러내면서 장애여성 문제의 근원에 다가가고 싶었다”고 서문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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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포기하지 말아야할 가치 찾기
세발배기 아들을 키우는 요즘 그녀는 자신이 장애여성임을 깨닫게 되는 새삼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아들 찬이가 주변 사람들에게 ‘빨리 커서 엄마 많이 도와드려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더욱 그러하다.
엄마가 장애가 있어 부족하니 아들이 빨리 커서 채우라는 주변의 시선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는 생명 그 자체로 귀중하고 성장하는 과정만으로도 부모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이기에 아들이 부모의 부족함을 채워주어야 한다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면서 부대끼는 현재의 일상과 풍경을 덧붙인 것은, 모성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니 장애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의 가치와 환경 문제가 더욱 확연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책은 에이블뉴스 백발마녀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이야기들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차이를 가진 한 인간에게 이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밝히는 그저 고발, 폭로나 한풀이에 그치고 있지 않다. 우리 사회가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서로 저마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사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에이블뉴스 백발마녀전을 재구성하고 보완해 책을 펴낸 김효진씨. 에이블뉴스
“인권의 마침표가 될 장애여성의 당찬 외출에 박수”
“장애여성으로서 외출을 꿈꾸고,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대를 살아온 그녀 김효진이 일상의 ‘외출’을 가뿐하게 선언하고 있어서 왠지 기분이 좋다. 그녀의 외출담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소통의 필요와 요구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할 것이다. 일독을 ‘강추’한다.”
같은 장애여성으로 장애운동가로 살아온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의 남긴 서평이다. 한국DPI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 이익섭(한국DPI 회장) 교수는 “장애는 개인의 비극이나 불행이 아니다. 이 책은 장애하면 으레 연상되는 영웅주의나 희생, 연민과는 거리가 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 같지만, 장애여성의 경험과 가능성을 드러내는 성찰적인 글쓰기 방식으로 차별을 제공하는 주체인 사회 때문에 장애 문제가 비롯되는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시대 인권의 완성이자 마침표가 될 장애여성, 그녀들의 당찬 외출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신체적 이동의 자유는 곧 삶의 자유를 의미한다. 여자와 그릇은 내돌리면 깨진다고 ‘감금’하던 시대가 지났건만 자발적 또는 억압적으로 갇혀 사는 여자들이 여전한 오늘날, 외출의 개인적·사회적·정신적·영혼적 의미를 새겨보게 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이 책의 저자 김효진씨는 단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국토연구원 출판팀에서 월간지 편집자로 일하던 마흔 살 즈음에 장애여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장애운동에 뛰어들었다.
서울DPI(서울장애인연맹) 부회장,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기획실장, 계간 보이스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DPI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에이블뉴스’에 백발마녀전,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 장애여성 호호의 육아일기를 연재했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 우리 시대의 소수자운동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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