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 서비스 전달체계 ‘고민되네!'
현금·바우처·포인트등 각종 방식놓고 토론
복지관도 중계기관 가능한지 여부도 쟁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8-11 18:38:00


▲지난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제도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의 방청객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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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토론회-②

지난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실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장애인 활동보조인제도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정신지체인과 발달장애인의 서비스 대상 포함 여부와 함께 서비스 전달체계 문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중계기관 통한 방식은 안 된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이 먼저 운을 뗐다. 박 소장은 복지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자신의 센터 경험을 소개하며, 자립생활센터가 활동보조인 서비스 중계기관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박 소장은 “중계기관을 통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공은 막아야한다”면서 “정부가 예산과 관련한 1차적인 책임에서 빠지게 되기 때문이고, 센터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막게 되는 문제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박 소장은 “현재 복지부의 자립생활센터 시범사업은 중계기관을 통해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절대량이 부족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늘어나는 중증장애인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신규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지역장애인들은 센터가 장애인에 군림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자립생활센터가 독점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곳도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아니다”면서 “자립생활이 무엇인가? 센터는 센터의 권력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해서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금이냐, 바우처냐, 마일리지냐, 포인트냐

최 소장은 “서비스 전달체계의 기본은 중증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느냐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라며 “현금이냐 바우처냐는 말들이 있는데, 현금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바우처가 좋다는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고용지원센터 하성준 소장은 "바우처도 별로고, 현금지급도 별로다. 현금 지급은 돈이 부족할 것이고, 바우처는 장애인들끼리 사고 팔 것이 분명하다"며 현금과 바우처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 소장은 "자립생활센터에 장애인이 이용자로 등록하고, 장애인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은 만큼 사인해주면 센터는 이를 모아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가져다주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오 소장은 일단 "미국 정범진 검사는 미국에 활동보조제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검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활동보조비로 술 먹는 사람이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확실히 있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할 것"이라며 제도의 부작용이 중심이 아니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개인이 얼마를 쓰고, 몇 시간을 써야할지 국가와 계약을 해서 마일리지나 포인트로 받으면 매매의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며 최용기 소장과 하성준 소장과는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 복지관도 가능할까

박찬오 소장은 ‘복지관이 활동보조인 파견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의 논란에 대해서는 “자립생활센터와 복지관이 같이 전달체계로 돼야한다. 자립생활센터가 없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립생활센터에 복지관에 준하는 예산지원이 먼저 수행돼야한다. 그래야 경쟁을 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톨릭상지대 정일교(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립생활센터 이전에 복지관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전달체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한다. 자립생활센터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복지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은 "복지관은 자원봉사만 파견해도 성과로 잡는 곳이다. 충분히 권력화가 되어 있는 복지관에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준다면, 장애인들은 또 다시 서비스 대상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찬오 소장은 “장애인 당사자가 국가로부터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몇 시간 이용 받을 수 있는지 결정을 받았을 경우에만 복지관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것이 보장 안 되면 자립생활센터만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과연 복지부의 입장은 무엇일까

복지부 김동호 재활지원팀장은 복지부가 아직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 확정하지 않았다는 전제를 깔고, 전달체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어려워서 직접 급여방식이나 중계기관을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팀장은 "장애인에게 직접 급여를 지원하는 것은 제도가 처음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라며 "제도가 정착되고, 시장 공급망이 만들어지면 가능할 것"이라고 중계기관 쪽에 무게중심이 기울어져있다고 시사했다.

이어 김 팀장은 "중계기관으로 했을 때, 사업비를 직접 주는 방법이 있고, 장애인이 바우처를 통해서 중계기관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는데, 아직 어느 쪽으로 할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팀장은 "선택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유발하도록 하고, 가능하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장애인의 선택권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포인트나 마일리지 활용에 대해서는 "포인트제도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면서 "아직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 대상이 포진돼 있지 않는 현실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복지부가 도입하는 가장 어렵고, 복잡한 제도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데, 처음부처 너무 세분화되면 제도가 가동되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