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립생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2월 국회 통과 기대
수용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이제부터 시작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2-09 17:50:42


▲지난 5일 2월 임시국회 개원에 맞춰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 <에이블뉴스>  


■키워드로 전망하는 2007년-⑧자립생활

에이블뉴스는 새해를 맞아 2006년 장애인계를 달군 10대 키워드를 놓고, 지난 2006년을 되돌아보고 2007년을 전망해보는 특집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여덟 번째 키워드는 2006년 장애인계 키워드 8위로 선정된 ‘자립생활’이다.

장애인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은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갖고 일상생활을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장애인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 재활 패러다임이었다면,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가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립생활 패러다임이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에서는 장애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보호하는 시설 수용을 중심으로 장애인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장애인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장애인계는 이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매력에 깊이 빠져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하나둘씩 시설에서, 가정에서 빠져나와 장애인 운동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운동의 중심세력으로 떠올랐다. 활동보조인서비스와 전동휠체어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가속화시키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자립생활 열풍은 거셌지만 아직 자립생활지원 법제화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에서 지난해 6월 26일 전국 최초로 ‘광주광역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자립생활’이라는 문구가 삽입된 유일한 법적 문서이다.

장애인계는 현재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주목하고 있다. 장애인 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각각 장애인계 주요 인물들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준비해 국회로 보냈고, 두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장애인들은 지난해 열띤 투쟁을 전개했다.

최근 그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려고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7일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자립생활지원 제도화를 핵심으로 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대한 첫 병합 심의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일단 제1조 목적에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라는 문구를 삽입하기로 했다. 이 문구가 삽입된다면,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장애인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등 장애인의 복지증진 및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해 사회통합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법이 된다.

보다 구체적인 자립생활지원 제도화 방안들도 채택했다. 특히 ‘자립생활의 지원’(제4장)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복지법상에 별도의 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장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중증장애인이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와 중증장애인이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그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명문화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에서 결정하기로 위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장애동료간 상호대화나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시행령으로 위임하기로 했다.

자립생활지원 제도화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들은 아직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결과일 뿐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시 심의를 받고,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도 받아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시간상으로만 본다면 2월 임시국회 내에서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만약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오는 4월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인서비스 사업은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된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년 실시될 수 있는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도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은 시작일 뿐이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이후, 곧바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바꿔야하고, 각 지자체별로 조례도 제정해야한다. 그래서 자립생활운동 활동가들은 올해도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중증장애인이 수용시설이나 방구석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듯 하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