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성일 : 07-06-14 22:56
|
글쓴이 :
수님이
 조회 : 1,500
|
시각장애인과 결혼 예식
당사자는 적극성을,하객은 이해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6-13 15:15:12
결혼식이 두려워 식을 올리지 않고 그냥(?)사시는 장애인분들, 비장애인들이 이해 할 수 있을까? 결혼이 아니라 결혼식 얘기다.
결혼 예식을 치러 낼 자신이 없어 고민하는 장애인 커플이 꽤 있다. 나 역시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집안 대소사가 다 그렇지만 결혼식은 양가 친지들이 모두 참석하시고 평소 안면 있는 분들을 모두 초대하여 함께하는 것이 상례다. 장애인 입장에서 이분들 앞에서 실수라도 한다면 어떡해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결혼식은 그 본래의 의미에 더해 행복한 분위기속에 잘 치러져야 할 예식인 까닭에 결혼을 앞둔 장애인들에게 더욱 부담이 된다.
즐겁고 기쁜 분위기, 신랑 신부, 축하와 답례, 하객들의 북적임, 양가 부모님, 검은머리 파뿌리로 이어지는 주례사 등등이 결혼식하면 떠올리게 되는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분이라면 ‘뭐 두려워 할 것이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대부분의 순서들이 부담이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시각장애인인 나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 보면, 우선 예식 전 야외 촬영부터가 걱정이다. 배경이 좋은 곳으로 이동해서 포즈를 취하고 무리 없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잦은 이동 자체가 부담일 뿐 아니라 촬영 할 때 사진기사는 ‘이렇게요 저렇게요’하며 자세를 일러 주지만 볼 수 없는 우리는 답답하기만 하다.
식이 시작되기 전 신랑은 식장 앞에 서서 하객들을 맞아 축하를 받고 답례를 한다. 그런데 이 날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오가기 때문에 주의가 분산된다. 많은 사람과 인사는 나누지만 누가 누군지 알기가 쉽지 않다.
신랑입장이 가장 부담스런 순서 중 하나다. 신부야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 한다지만 신랑은 혼자 입장하는 것이 보통 아닌가? 주례 선생님 앞까지 실수 없이 가야하고 적당한 위치에 정확히 자리 잡고 서야 한다. 나의 시각장애인 친구 하나는 주례선생님 앞까지 바로 걸어가는 것에만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신부가 자리 할 위치에 서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식 말미. 신랑신부는 축하 갈채를 받으며 함께 하객들 사이로 행진한다. 시각장애인 신랑 신부에게는 이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본 분들 중에는 폭죽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시각장애인 신랑·신부를 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 신랑·신부라면 폭죽 터뜨리는 것을 보고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긴장 속에 대부분의 순서를 마치고 안도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갑자기 옆에서 무언가가 뻥하고 터지는 셈이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폐백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어르신들께 절을 하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 비켜서 절을 하는 신랑도 있고 대추를 던져주시는데 어찌 할 바를 몰라 모두 흘려버리는 신부도 있다.
그렇다면 결혼식이 이렇게 부담 된다고 결혼을 안 하거나 식을 안 올릴 것인가? 실수를 두려워 말고 오히려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서로 장애를 이해하고 여러 벽을 넘어 백년의 가약을 맺기로 한 것을 상기한다면 이런 문제쯤은 아무 것도 아니란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미리 상황을 머리 속으로 반복해 그리며 일종의 가상훈련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또 가까운 지인과 함께 예행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결혼식에 함께하는 하객 분들은 이들이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사람들임을 깊이 이해하고 모든 것을 따뜻한 눈으로 보아 주었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심준구 (simsu1125@hanmail.net)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