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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2-04 16:32
희귀·난치병 지원 특별법 제정 추진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53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2-01 14:24:54




지난 2002년 한 아버지가 자신의 친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아버지는 장애인인 아들이 ‘살기 힘드니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자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후, 자신도 자살하려다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불치의 희귀병(실조증으로 추정) 환자였다.

이 사건이 보여주듯 희귀질환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지원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희귀질환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대통합민주신당 김교흥 의원의 주최로 ‘희귀·난치병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됐다. 토론회 내용을 중심으로 희귀질환자들의 어려움과 지원책에 대해 살펴본다.

▲희귀질환자들,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희귀질환은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약 5천여 종이 넘는 종류가 있다. 국내에서는 유병자수가 2만명 미만인 질병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희귀질병에 대한 역학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희귀질병의 유병률 통계에 대한 정확한 자료조차 없는 상태다.

대부분(80%)이 유전성 질환으로 가족 내에서 재발되거나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질환자체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일반 의료진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효율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귀질환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 의료서비스를 받기가 어렵다는 것. 전문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확진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오진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효율적인 치료제가 없어, 치명적이거나 난치성으로 만성화되며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부담은 경제적인 것. 확진을 위한 특수 검사비가 비보험이다보니 검사를 받는 비용만으로도 부담이 크고, 고셔병 등 치료제가 있는 질환의 경우도 치료제가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치료비에 대한 부담이 심하다.

소외감과 좌절감도 희귀질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일반인들의 희귀질환에 대한 편견과 이해부족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정신적 장애까지 초래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어떤 지원 대책이 필요한가=정부에서는 지난해 의료비 지원대상 희귀·난치성 질환 대상을 111종으로 대폭 늘렸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당사자들은 “단순한 의료비 지원이 아닌 포괄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법령으로 제정해 명시해야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먼저 아주대병원 유전질환전문센터장 김현주 교수는 희귀질환자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정책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매년 몇 개 질환을 확대 선정하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질환의 특성에 따라 질환군으로 구분하고, 필요서비스가 무엇인지 연구해 포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희귀질환자들은 초진의 경우 30분이상의 진료시간이 필요하지만, 현행 건강보험급여 체계에서는 조기진단과 적절한 관리가 불가하다”며 “희귀질환 의심환자의 경우에는 조기에 전문 의료기관으로 의뢰되어 확진과 유전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실제로 국내에서는 아직도 희귀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상담·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제도가 전무하다”고 지적하며 “무엇보다 한국 실정에 맞는 유전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유전상담사의 경우 유전상담사 인증제도 및 유전상담 급여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은 어떻게 제정해야 할까=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편의증진팀 남세현 연구원은 특별법 제정에 앞서 ‘장애와 질환의 개념적 검토’, ‘현행 법령과의 관계성’, ‘필수 반영 정책’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원은 “법률 제정을 위해서는 ‘장애’와 ‘질환’에 대한 개념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희귀성 질환은 치료를 받아야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난치성 질환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애’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의료적 지원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범주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라도 사회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연구원은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기존의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안들과의 관계성도 중요하다. 일단 보편적인 욕구에 대해서는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에 희귀질환자의 영역을 포함해 지원하고, 전문연구진 확보, 치료제 연구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특별법을 통해 규정하고 지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소견을 밝혔다.

남 연구원은 또한 “향후 특별법에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인한 2차적 장애 및 질환에 대한 의료비 지원과 더불어 환자 및 가족의 각종 의학적 검사비용 등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을 위한 전문 상담, 정보제공,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 가족노후(사후)에 입소할 수 있는 전문 요양치료시설 건립 등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